11월 23일, 메이플스토리에서 전장의 아이돌 엔젤릭버스터가 첫 미니 앨범으로 컴백했습니다. 그리고 며칠 후, 타이틀곡인 ‘Shining Heart’의 뮤직비디오가 논란이 되었습니다. 문제가 된 장면은 엔젤릭버스터의 안무 중 한 손으로 반 하트를 만들었다가 손을 펴는 장면이었죠. 대충 보면 전혀 문제가 없는 평범한 안무 동작 같은데 왜 논란이 되었을까요?
해당 장면에 문제를 제기하는 측에선 “해당 장면을 그린 사람이 페미니스트이다. 그러니 해당 장면은 평범해 보이지만 사실은 남성 혐오 표현을 담고 있는 것이다.”라고 주장하였습니다.
개인이 어떤 사상을 가지고 있느냐와 별개로 돈 받고 납품하는 상품에 이런 혐오 표현을 숨겨둔 것은 잘못된 것이 사실이죠. 그런데 말입니다…
첫 단추가 잘못 끼워졌다
너무나도 흔한 손 모양을 가지고 혐오 표현을 숨겨둔 거라 주장하던 근거가 “그린 사람이 페미니스트이기 때문에 혐오 표현을 숨겨놨을 것” 이란 밈적사고에 기반한 논리 비약이었는데 그 첫 단추가 잘못 끼워졌음이 밝혀졌습니다.
11월 30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문제가 된 장면은 며칠간 비난을 받았던 여성분이 아닌 40대 남성이었습니다. 이 콘티를 검수하고 총괄 감독한 이 역시 50대 남성으로 확인되었죠. 게다가 이건 이미 넥슨이 여러 번 검수한 콘티였다고 하네요? 첫 단추가 잘못 끼워졌음이 밝혀졌으니 “아 우리가 착각했네요ㅎㅎ ㅈㅅㅈㅅ” 하고 끝났을까요?
무의미한 짓임을 뻔히 알면서도 이미 저지른 과오를 인정할 수 없어서, 혹은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사람들은 그렇게 같은 과오를 반복하고 또 반복하죠. - 제른 다르모어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습니다. 이들은 이제 “혐오 표현인 게 문제이지 그린 사람의 성별이 문제가 아니다”라고 주장하게 됩니다. 개소리죠. 손에 힘 빼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나오는 평범한 손 모양을 가지고 혐오 표현이라 주장한 근거가 “해당 장면을 그린 사람이 페미니스트이고 2022년 3월 윤석열이 대선에서 당선되자 계속 페미 해준다는 트윗을 작성했기 때문”이라는 밈적 사고에 기반한 논리 비약이었는데 이제 그마저도 없어지고 집단적 피해 망상만 남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만약 해당 장면을 그린 40대 남성이 이들 주장대로 40대 남페미 스윗한남이라 쳐도 당초 이 장면을 그린 것으로 알려진 스튜디오 뿌리의 직원이 남초 커뮤니티로부터 온라인에 이름과 사진이 공개되는 등 괴롭힘을 당한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피해 망상에 빠진 이들은 다른 리소스들도 전부 뒤져가며 그 손가락 모양과 비슷하면 “이것도 몰래 숨겨 둔 거 아니냐?” 하기 시작했습니다. 애초에 병먹금 했으면 될 헛소리를 넥슨이 굴복해 받아줬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 생각합니다.
허상 밝혀져도 ‘페미 검증’에 몸 사리는 기업, 논란의 판 키운다 - 한겨레
피해 망상에 빠진 이들은 언론도 부정하고 있습니다. 많이 양보해서 경향, 한겨레, 오마이뉴스 안 믿는 거까지야 뭐 저도 조선일보는 의심부터 하고 보니 이해합니다. 그런데 KBS, MBC, SBS, YTN까지 적으로 돌리는 건 참 어이가 없네요. 심지어는 정부까지 이들 주장대로라면 페미에게 먹혔습니다. 무슨 “언론을 믿지 마 커뮤를 믿어” 이런 건가 ㅋㅋㅋ
그냥 음모론자들 보고 있는 것 같아 한숨만 나오네요. 당신의 성기는 작다고 놀림받거나 모욕 받지 않았습니다. 당신이 이상한 음모론을 믿지만 않는다면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