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톡 검열 논란에 대한 생각

2021년 12월 10일, ‘N번방 방지법’이라 불리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카카오톡 그룹 오픈 채팅방에 불법 촬영물 등의 유통 방지를 위한 기술적・관리적 조치가 적용되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정치계와 언론, 인터넷 커뮤니티 등 다양한 곳에서 인터넷 검열이라는 우려와 비판이 나오고 있는데요. 이에 대한 제 생각을 적어보았습니다.

2D 게임 이미지를 불법촬영물에 해당하는지 검토하는 스크린샷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것은 검열이 맞습니다. 하지만, 이 정도의 검열은 필요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런 검열은 이미 예전부터 세계 각국의 다양한 서비스에 적용이 되어 있었습니다. 여러분들이 친구들과 게임할 때 주로 쓰시는 미국산 메신저인 디스코드에서도 이미 PhotoDNA를 이용해 비슷한 방식으로 이미지와 동영상을 검사하고 있고 트위터 같은 SNS나 드롭박스 같은 클라우드 드라이브 서비스도 이미 이런 검열을 적용해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특히 디시인사이드, 에펨코리아처럼 극우 성향이 강한 남초 커뮤니티에선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보고 중국처럼 검열을 하기 위한 초석이라는 등의 음모론이 많이 나왔는데요. 이들의 망상과는 다르게 미국에서도 아이폰과 같은 애플 기기를 사용할 경우 iCloud에 업로드되는 모든 이미지를 분석하고 해시해서 미국 국립 실종 및 착취 아동 센터(NCMEC)에서 제공하는 데이터베이스와 대조하여 일치 여부를 확인하는 기술이 도입될 예정입니다.

애플만 그럴까요? 구글, 메타(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등 다른 미국 기업들도 이미 자사의 서비스에서 비슷한 방식의 검열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Gmail은 안전하겠지?” 하고 아동 성 착취물 같은거 보내면 구글이 님 신고해서 잡혀가요.

“효과가 없다”, “오진이 심하다”, “텔레그램 같은 해외 메신저는 놔두고 왜 국내 메신저를 검열하냐” 같은 주장은 어느 정도 동의 합니다. 하지만, 오진 같은 문제는 알고리즘을 업데이트해서 개선할 수 있는 문제이고 국내 대형 커뮤니티와 메이저 메신저에서의 유통을 막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 효과는 충분히 있습니다. 텔레그램 같은 해외 서비스 문제는 국제공조수사 등으로 앞으로도 계속해서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우려의 목소리도 이해는 합니다. 정부를 비판하는 이미지나 영상 해시를 DB에 추가한다면 누가 정부에 비판적인지, 누가 대통령을 욕했는지 감시할 수 있을 것이고 우리나라의 근대사를 봤을 때 이점을 우려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정도의 검열을 해야 할 정도로 불법 촬영 영상은 심각한 사회 문제입니다.

누군가는 불법 촬영 영상보다 검열에 악용될 수 있다는 위험성이 더 무서울 수도 있겠지요. 특히, 불법 촬영 영상으로 피해 받을 걱정이 없는 국민의 절반은 더더욱 그럴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악용될 가능성이 있는 검열은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될 수 있을 정도로 불법 촬영 피해자들은 크게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이들을 이해하고 지지하며 동시에 검열에 악용되지 못하도록 정부를 감시하면 모두가 더 나은 삶을 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