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아이돌마스터 스탈릿 시즌

아이돌마스터 시리즈가 나온 지 16년이 지났습니다. 16년 동안 아케이드 게임 THE iDOLM@STER부터 시작해서 9.18 사건을 불러온 아이돌마스터 2, 망해가던 시리즈를 부활시킨 아이돌마스터 애니메이션 등 많은 작품들이 나왔었죠. 16년이라는 시간 동안 아이돌마스터 시리즈는 765 프로덕션의 이야기를 다루는 메인 시리즈(본가마스) 뿐만 아니라 765 프로덕션에 후배 아이돌들이 들어오는 미래를 다룬 밀리언 라이브, 다른 소속사에서 벌어지는 일을 다루는 시리즈인 신데렐라 걸즈샤이니 컬러즈 등 많은 파생 프로젝트들이 나오면서 2000년대 이후 가장 성공한 프랜차이즈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모바일 게임으로 나온 신데렐라 걸즈 스타라이트 스테이지밀리언 라이브! 시어터 데이즈가 엄청난 수익을 내며 아이돌마스터 프랜차이즈가 점차 성장해감에도 불구하고 가정용 게임기로 나오는 아이돌마스터 메인시리즈는 플래티넘 스타즈스텔라 스테이지가 연이어 폭망 하면서 “이제 콘솔 아이마스는 끝났다”라는 비관적인 말까지 나오게 되었죠. 솔직히 이해는 돼요. 가챠를 도입한 모바일 게임으로 수천억의 매출을 내고 있는데 뭐하러 제작비도 많이 들고 수익도 적으며 진입장벽도 모바일 게임보다 훨씬 높은 콘솔용 아이마스에 공을 들이겠어요? 그래서 본가의 팬이던 저는 “이제 본가는 버려진거 같은데 본가의 아이돌들이 선배 포지션으로 나오는 밀리언 라이브로 넘어가야 하나?” 이렇게 생각하기도 했었습니다. 스탈릿 시즌이 나오기 전까지는 말이죠.

전작과 전전작, 무엇이 문제였는가?

2014년에 나온 메인 시리즈 아이돌마스터 ONE FOR ALL 이후 데레스테 같은 분가를 배경으로 한 아이돌마스터 모바일 리듬게임이 대 히트를 치면서 반다이 남코는 엄청난 매출을 올렸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위에 적은 이유도 있고 반다이 남코는 콘솔 게임용 본가마스를 프로듀스 게임 대신 데레스테와 같은 리듬게임으로 만들었습니다. 스토리도 부실하고 영업은 주사위 던지기 미니게임으로 대체해버렸죠.

전전작, 플래티넘 스타즈

전전작인 플래티넘 스타즈의 경우 정해진 기간도 없고 라이벌도 없고 그냥 게임 시간으로 3년 정도 계속 합숙하며 리듬게임인 라이브만 하다 보면 엔딩을 볼 수 있는 게임이었습니다. 대체 무슨 생각으로 만든 건지 모르겠어요. 제가 기억하기론 본가 게임 중 경쟁요소가 없는 건 플래티넘 스타즈가 유일할 겁니다. 아케이드판 아이돌마스터에서는 유저들과의 경쟁이 있었고 2편에선 주피터, 원포올에선 레온이 있었고 이후 나온 후속작들에도 라이벌이 존재하며 이들과 경쟁해가며 스토리가 진행되는데 플래티넘 스타즈는 그냥 평생 합숙하면서 라이브 만 하는게 다입니다.

영업 활동을 하며 볼 수 있는 커뮤? 당신의 커뮤 랜덤 주사위 미니게임으로 대체되었습니다. 이건 진짜 데레스테가 성공하자 전혀 다른 성격의 시리즈인 콘솔용 본가마스를 데레스테 같은 게임을 만들었다고 밖에 안보입니다. 이건 아이돌 육성 게임이 아닌 그냥 리듬게임이에요.

아이돌마스터 빛의 저편으로에 등장하는 대사. "평생 합숙하고 싶다"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전작, 스텔라 스테이지

플래티넘 스타즈에 비하면 잘 만들었지만, 모바일 리듬 게임을 콘솔로 옮겨온 것이나 다를 바 없다는 가장 큰 문제점은 그대로이고 스토리도 형편없습니다. 전작에 라이벌이 없다고 욕을 먹어서 그런지 스텔라 스테이지에는 시이카라는 새로운 라이벌이 등장합니다. 문제는, 시이카가 완전무결한 톱 아이돌로 등장하며 아이돌의 갈등과 깨달음, 성장이 처음부터 끝까지 시이카를 통해 이루어지죠. 심지어는 엔딩에서 조차 시이카에게 의지하고 있습니다. 스텔라 스테이지가 아닌 시이카 스테이지예요.

스텔라 스테이지 치하야 엔딩

플래티넘 스타즈보단 개선이 되었지만 여전히 답 없는 스토리와 여전히 잘못 잡은 게임 플레이 컨셉 등 시이카 스테이지도 연이어 망해버리면서 “이제 콘솔 아이마스는 끝났다”는 반응까지 나오게 되며 본가마스 콘솔 신작의 미래가 불투명해졌고, 본가의 아이돌들이 선배 포지션으로 나오는 모바일 게임 밀리시타가 나오자 본가의 팬들은 모바일로 넘어가기도 했죠. 저도 이때 본가는 이제 망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스탈릿 시즌이 나오기 전에는 말이죠.

스탈릿 시즌

결론부터 말하면 아이돌마스터 스탈릿 시즌은 이러한 걱정을 한 번에 날려버렸습니다. 전작과 전전작의 문제점들을 고친 건 물론이고 훌륭한 그래픽과 좋은 스토리, 재미있는 게임 플레이, 분가의 팬들도 즐길 수 있는 프로젝트 루미너스 덕분에 스팀 사용자 평가 압도적으로 긍정적에 패미통 평가 37/40이라는 좋은 평가를 받았죠.

우선 게임 플레이부터 볼까요? 리듬게임을 그대로 콘솔로 옮겨놓은 것 같다는 평가를 받은 전작과 전전작의 게임 플레이에서 완전히 탈피해 본가마스 팬들이 바라던 프로듀스 게임을 만들었습니다. 라이브 진행 방식은 리듬게임 형식에서 아이돌마스터 2와 아이돌마스터 원포올의 라이브 방식으로 변경되었고 주사위 랜덤 미니게임이 사라지고 제대로 된 영업과 레슨이 돌아왔으며 제대로 된 커뮤니케이션과 아이돌 간의 상호작용도 돌아왔습니다.

스탈릿 시즌 라이브

새로운 캐릭터인 코하쿠아야도 매력적입니다. 전작의 라이벌이었던 시이카는 완전무결한 톱 아이돌로 등장하며 스토리를 거하게 말아먹는데 크게 일조했었죠. 이번 작에서도 시이카가 라이벌 유닛 소속으로 등장하고 스토리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긴 하지만 전작과 달리 적당한 분량에 적당한 역할로 등장하여 코하쿠 시즌이 되는 일은 없었습니다.

Fate로 비유한 스텔라 스테이지가 망한 이유
전작인 스텔라 스테이지의 문제점

새로운 캐릭터인 코하쿠와 아야는 전작의 시이카와 달리 분량도 적절하고 초반에는 전작의 시이카 처럼 OP 아이돌처럼 보이긴 하지만 스토리가 진행되면서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고 오히려 다른 아이돌들의 도움을 받아 성장하게 됩니다. 또한 코하쿠와 아야의 과거 이야기와 이 둘을 위해 라이벌 관계였던 루미너스디아만트가 협력하는 스토리는 너무나도 흥미롭고 감동적이었습니다.

2회차부터는 자유롭게 유닛을 만들 수 있지만, 1회차에선 노래마다 선택 가능한 아이돌이 지정되어 있다는 점도 처음엔 별로였지만 하다 보니 마음에 들었습니다. 메인 시리즈인 본가만 덕질하던 저는 765AS의 13명은 잘 알고 있었지만, 다른 사무소의 아이돌들은 잘 몰랐습니다. 애니메이션이 있는 신데렐라 걸즈 아이돌들은 약간 알고 있었지만, 밀리온 라이브 아이돌들은 밀리시타를 765AS 위주로 키우며 리듬게임으로 하느라 커뮤를 안 읽고 스킵 해서 이름만 아는 정도였고 샤이니 컬러즈 아이돌들은 아예 몰랐었죠.

만약 1회차에서 선택 가능한 아이돌이 정해져 있지 않았다면 대부분의 유저들이 자신이 잘 아는 아이돌들만 키우고 말았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노래마다 선택 가능한 아이돌이 정해져 있었기에 다양한 아이돌들을 키우면서 제가 잘 모르던 아이마스의 다른 시리즈에도 관심을 가질 수 있게 되는 좋은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앗! 프로듀서! 좋은 아침이에요)

저 같은 경우 처음에 란코를 보고 “뭐지? 똘아이인가?” 생각했으나 인연 레벨이 오르면서 많은 커뮤를 보게 되고 엔딩을 볼 때쯤 되자 란코라는 캐릭터에 호감이 생겨서 “신데렐라 걸즈도 덕질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본가의 팬들에게는 분가에 대해 알리고, 분가의 팬들에게는 메인 시리즈인 본가를 알리는 좋은 장치였다고 생각합니다.

난이도도 적당했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좋은 난이도 디자인은 무엇일까요? 저는 못깰 것 같은데 아슬아슬하게 깨게 되는 난이도 설정이 최고의 난이도라고 생각합니다. 스탈릿 시즌의 난이도는 제가 생각하는 이 최고의 난이도 디자인보다 약간 더 쉬웠습니다. 8월 월말 라이브와 11월 중간 라이브 때는 “갑자기 이런 어려운 라이브를?” 하며 당황하기도 했으나 너무 특정 아이돌에만 몰빵하지 않았다면 대부분의 유저들은 충분히 어렵지만 깰 수는 있는 수준의 재미있는 난이도라고 생각합니다.

입문자들을 위한 팁

스탈릿 시즌은 매 게임마다 무명 아이돌로 시작하는 다른 메인 시리즈 아이돌마스터 게임과 다르게 765 프로덕션의 아이돌들이 이미 톱 아이돌이 된 이후의 스토리를 다루고 있습니다. 그러니 스탈릿 시즌을 재미있게 하기 위해선 아이돌마스터 2의 스토리를 알고 있으면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아이돌마스터 애니메이션이 아이돌마스터 2의 스토리를 기반으로 해서 만들어진 작품이니 스탈릿 시즌으로 아이돌마스터 시리즈에 입문하시려는 분들은 아이돌마스터 애니메이션과 극장판인 아이돌 마스터 무비 : 빛의 저편으로!를 먼저 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다른 사무소의 아이돌들도 나오긴 하지만 본가 아이돌의 비중이 높아 신데렐라 걸즈 애니메이션은 보시면 좋지만 안 보셔도 큰 지장은 없습니다.

평가

스탈릿 시즌은 최근 잘못된 방향으로 방황하던 본가마스가 앞으로 가야 할 방향을 다시 찾고 나온 첫 작품입니다. 플래티넘 스타즈와 스텔라 스테이지 때문에 많이 말아먹긴 했지만, 본가는 아직 건재하다는 것을 보여준 작품이자 출시일이 연기되어 16주년이 되긴 했으나 15주년 기념 복수의 사무소로부터 아이돌을 모은 스페셜 유닛을 보여준 시리즈 전체를 통틀어 역대 최고의 아이돌마스터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THE IDOLM@STER STARLIT SEASON

평가: 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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