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주년 탕탕절을 기념하며

김재규

몇 년 전까지 저는 IT 기술의 발전이 민주주의를 발전시킬 거라 믿었습니다. 그 믿음이 틀렸다는 것을 알려준 것은 중국이었죠. IT 기술을 이용해 시민들을 감시하고, 정부 마음에 들지 않는 사이트는 접속을 차단하고, 유명인들의 SNS를 이용해 정치선전 하는 거 보고 IT 기술을 이용한 독재를 정말 무섭다고 느끼게 되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화 운동이 가능할까요? 저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사람이 과거 우리나라에서 있었던 4.19혁명, 5.18 광주 민주화 운동, 6월 혁명을 생각하며 “저 짱개 새끼들은 왜 민주화 운동 안 하냐? 역시 착한 중국인은 천안문 때 다 뒤졌다.” 이렇게 가볍게 생각하지만, IT기술을 적극적으로 이용해 민주화 운동을 탄압하고, 탄압한 사실을 숨기고, 민주화 운동이 있었다는 사실마저 부정하는 사회를 과거 우리나라와 비교하는 건 잘못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나마 약간의 자유라도 있으니까 과거 우리나라와 홍콩에선 민주화운동을 할 수 있었던 거지 중국은 그것조차 없잖아요.

탕탕절이니까 김재규 이야기를 해볼게요. 우리 모두 가벼운 농담으로 김재규 의사, 민주화의 영웅 김재규 같은 말을 하고 있지만, 김재규는 박정희 정권의 독재를 도왔고 수많은 반민주적인 인권탄압을 저질렀습니다. 저도 만약 김재규가 박정희를 죽이지 않았고 시간이 더 흘렀더라도 시민들 손으로 독재정권을 무너트렸다면 이 나라가 더 살기 좋은 나라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하죠.

하지만, 만약 김재규가 박정희를 죽이지 않았고 민주화를 원하던 시민들이 한국형 천안문을 당했다면? 아까도 말했지만 발전된 기술은 민주화 운동을 탄압하고 민주화를 불가능에 가깝게 만듭니다. 만약 1979년 10월 26일 아무 일도 없었다면 과연 우리나라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물론 잘못한 점도 엄청 많고 김재규에 대한 비판에 대부분 동의하며 시민의 손으로 독재정권을 무너트리는 게 100배 더 좋았겠지만, 저는 그래도 김재규 덕분에 최악의 시나리오로 가는 것은 피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